작년에 처음으로 고사리를 따러 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. 따뜻한 햇살 아래, 숲길을 따라 조심조심 올라가며 발견했던 고사리들은 마치 봄이 건네는 선물 같았다. 그래서일까. 올해도 그 계절이 오자 마음이 먼저 설레었다. 봄바람에 실려온 흙 내음과 나뭇잎 사이로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고사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,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산으로 향했다.
고사리를 따는 즐거움
고사리는 아무렇게나 꺾으면 안 된다. 줄기 아래쪽이 부드럽고 쉽게 휘어지는 부위에서 꺾어야 맛이 좋다. 또 너무 많이 따서 그 자리에 고사리가 다시 나지 않게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. 그래서 우리는 서로 조용히 거리를 두고 천천히 산을 훑으며, 고사리를 발견하면 “여기 있다!” 하고 속삭이듯 말하곤 했다.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말이다. 산 전체가 우리만 아는 비밀의 정원 같았다.
친구는 처음엔 고사리 구별이 어렵다며 우왕좌왕했지만, 몇 번 꺾고 나니 제법 감을 잡았다. 둘이 나란히 앉아 고사리를 따며 봄 햇살을 즐기고, 잠시 숨을 돌리며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. 자연 속에서 먹는 밥맛은 참 특별하다. 단순한 김밥과 삶은 달걀, 오이무침이었지만 이보다 더 맛있는 한 끼는 없었다.
자연에 감사하는 마음
고사리를 한 줌, 두 줌 모을수록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. 더 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, 자연을 아끼는 마음으로 일정량만 채취하고 발걸음을 돌렸다. 돌아오는 길, 한 손에 고사리 한 봉지, 한 손에 봄 햇살이 담긴 듯한 기분 좋은 피로감이 함께했다. 올해도 건강히 고사리를 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였다.
집에 돌아와 깨끗이 손질한 고사리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말리기 시작했다. 며칠 후에는 우리 집 밥상 위에 고사리나물로 다시 올라오겠지. 그땐 가족들과 함께 봄의 맛을 나눌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.
내년에도, 그 다음 해에도
이제 고사리 채취는 나에게 봄의 의식 같은 것이 되었다.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산으로 향하고, 그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다시금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. 언젠가는 아이들과 함께 이 전통을 나누고 싶다. 자연을 존중하며 채취하고,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는 그 경험은 책이나 영상으로는 절대 전할 수 없는 값진 배움이기 때문이다.
올해도 봄은 여전히 아름답고, 고사리는 그 자리에 있었다. 우리가 조금 더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,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.
고사리 따러 가는 그 길, 여러분도 한 번 떠나보시길.
자연이 주는 고요한 행복이 그곳에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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